Exhibition
미래를 향한 기도 _Salt Museum
2020년 초 증도에 처음으로 방문을 했을 때 증도는 전라도 남단의 외딴 섬이었다.
광주 송정역에서 내려 증도까지 가는 길은 마치 어릴적 새로운 집으로 이사가는 설레는 마음의 기분을 주었다. 시시각각 펼쳐지는 고즈넉한 언덕의 풍경은 바다의 느낌보다 마치 영국의 어디에 선가 본 언덕의 첫 느낌이었는데, 드디어 펼쳐지는 소금 염전의 풍광이 나타나면서 생각이 달라지게되었다. 처음으로 눈앞에서 보이는 소금 염전의 느낌은 신선하고 생명력을 느낄 수 있었다. 태평염전에 도착하여 태평염전 대표님의 소개로 이곳저곳을 보면서 염전이 가지고 있는 과거부터 현재까지의 다양한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처음으로 가까이에서 보게 된 염전의 느낌은 내가 일상적으로 접하고 있는 소금이라는 기존 상식을 바꾸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천일염’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소금 산업은 어떻게 변해왔는지 등, 다양한 소금에 대한 지식을 배우면서 내삶과 비슷하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이 무섭기도 한 이 시대에 소금이 주는 시간의 주름을 알게 되어 조금이나마 내가 하는 작업에 소금의 의미를 넣을 수 있어 감사했다.
나는 기술과 인간의 욕망과 뒤섞이며 뿜어내는 모순의 시대에 살고 있는 모순 덩어리이다. 내 작업은 이러한 모순의 상태를 계속적으로 표현을 해야되기 때문에 때로는 의문의 상태에서 헤메는 경우가 많이 있다. 그러나 자연이 주는 물질은 비물질의 모순과는 다른 것 같다.
자연은 모순이 없다. 그래서 나는 자연이 좋고, 우리는 자연을 사랑해야한다. 소금이 주는 생명의 상징은 나에게 큰 의미로 다가 왔고 불완전 하고 실패한 알고리즘 덩어리인 나는 소금의 주는 상징에 많은 감사를 느낀다. 아무리 인간이 과거에 훌륭한 예술 작품을 만들었고 그것이 인류의 문명에 큰 빛을 만들었다고 한들, 파괴적이고 폭력적인 인간들의 예술행위일 뿐이다. 소금은 모순이 없다. 소금은 절대로 그 짠 맛을 잃어버리지 않는다. 100년전이다 1천년전이나 1만년전이나, 그리고 지금도 소금의 맛은 변치 않는다.
나는 소금을 이용하는 작업을 해야 됐을 때, 이미 나는 이미 모순덩어리 인간이기 때문에 소금의 상징을 작품 속에 녹이려 하니 오히려 그게 위선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소금와 같이 작업을 하면서 소금에게 미안했다. 아니 자연에게 미안했다는 생각일 것이다. 그렇게 미안해 하면서 내 작업은 과거의 예술 작품의 틀에 소금을 꾸겨 넣어 그 모양을 만들어 내는 고통을 나는 느낄 수 있었다. 아직까지는 관객에게 그 고통을 전달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자연의 아픔을 전달하고 싶은 마음이 내 작업의 목표 중 하나이다.
기술이라는 폭주기관차 위에 올라탄 모순 알고리즘 덩어리인 나에게 고민을 준 소금에게 감사하며, 좀 더 작업의 방향을 명확하게 보여주는 빛이 될 것 같아 마음이 평안해진다.
2020.10.31. 아침, 하석준